출처 : 구글
학교를 다니는동안 제일 잘한일이 있다면
누가봐도 골프 좀 친다~ 할 정도로 골프를 배워둔것..
그래서 나와 노는물이 다른 사람들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코드가 있다는것..
원래 뭐 배우려면
그쪽 계통에 있는 남자를 만나랬다고
남자 얼굴을 안보는 내가
유일하게 얼굴보고 빠져버리게 된 남자는
골프를 치는 남자였다.
조성모와 조인성을 섞어놓은 듯한 얼굴로
대학생주제에 그랜저를 타고 다니던 그를
못봤던 여자는 있어도 한번만 바라본 여자는 없었다.
한마디로
골프수업을 들었던 여자들에게는 워너비였던 남자였다.
187정도 되는 키에
군살없이 105사이즈는 충분히 소화하는 그는
롤모델이 타이거우즈였던 관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즐겨하는 남자였고
그에 대한 댓가로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남자였다.
피지컬은 완벽했다.
그런 외모를 가진 주제에
여자에는 관심도 없고 정말로 골프밖에 몰라서
골프연습장에만 박혀있는 탓에
골프수업을 듣는 사람이 아니면
그의 얼굴을 구경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어려운 남자였다.
나는 처음 골프맨을 만났던 당시 학과에 CC가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군대를 갔더랬지 ㅋㅋㅋㅋㅋㅋ
외모를 안따지는 내가
피지컬 좋은 남자를 보고 뻑이 갔으니
저 남자는 가져봐야하지 않겠는가??
첫번째..
군대에 있던 남자친구부터 처리를 해야했다.
학과에 보는 눈이 많으니 정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날 저녁 전화온 군인남자친구에게 헤어짐을 통보하고
학과 사람들한테 한동안 썅년소리를 들으며
그를 어떻게 꼬실지 고민을 했었다.
대학생때 역시 뚱퍽오크였던 내가
누가봐도 잘생긴 그 남자를 꼬시려면
일단 나를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두번째..
한학기 수업 중 대부분을 골프수업으로 채워야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꼬시기 위해
꼼꼼히 채워두었던 전공수업을 빼고
교양수업인 골프수업을 무려 5개나 넣었다.
당연히 매일매일 요일별로 나눠서..
세번째..
수업이 아니고서도 마주칠 일이 많아야 하니
연습장에 등록을 해야했다.
엄마아빠와 밥을 먹는데..
가슴이 콩딱거리는 남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숟가락을 떨어트렸고
아빠는 입벌린 채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골프연습장 등록해야하니
용돈을 올려달라고 이야기 했고
엄마는 그 남자에게 차여도 상처받지 말라며
나에게 연습장 등록비를 입금해주었다.
네번째..
그 남자를 보면 같은학과 여자아이들은
내가 왜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골프맨을 선택했는지 이해를 했다.
워낙에 잘생겨야 말이지...
나는 후배들과 동기여자아이들에게
그 남자를 학교 및 외부에서 보는대로
나에게 연락을 달라고 했다.
우연히 만나는 기회를 늘리기 위하여...
그래..
이정도 준비면 됐어..
이제 달려볼까??
나는 전공공부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골프연습장에서 보냈고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를 지켜봐온 결과
그는 여자친구가 없다.
그는 모르는 여자들과 말 섞는걸 싫어한다.
여자들이 무턱대고 덤비는것도 싫어한다.
여자들의 꺄악거리는 소리를 싫어한다.
골프외에 시간을 투자하는것을 싫어한다.
본인 차 보조석에 누군가를 태우는것을 싫어한다.
밥 먹을때는 보통 혼자 밥을 먹는다.
그는 연습장 아니면 도서관에 가있다.
그는 웃을때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더 잘생겼다.
흐음..
완벽해..
남들이 한시간이면 할 수있는 몸동작을
나는 세시간을 투자해야지만 얻을 수 있는
몸뚱이를 가진탓에
그에게 "많이 늘었네요.."소리를 들으려면
남들의 3배의 시간을 투자해야했다.
남들의 3배의 시간을 투자하는 나를 지켜보던 그는
어느순간 나에게 코멘트를 해주기 시작했다.
눈도 안마주치고 툭툭 내뱉듯이 해주는 코멘트를
기특한 내 몸뚱이는 잘도 따라했고
내 변화 덕분에 나와 그는 점점 친해지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는 운동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몸치몸뚱이를 가진탓에
허우적 거리는 내 몸뚱이를 보고
동질감을 느꼈었다고 한다.
뚱퍽오크인 내가 남들에게 지지 않는게 힘밖에 더 있으랴..
배운지 얼마 안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은 많이 투자했으니 자세도 좀 나오고
나름대로 훌륭한 비거리를 쭉쭉 날리는 나를 보고서
그는 매우 (내 몸뚱이에)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친해지기 위해서 치덕치덕거리며
모르는 것이 생기면 문자를 보내겠다고 전화번호를 따는데도
일주일을 졸라야 했고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장에 투자한 끝에
나는 결국 번호를 받아냈다.
골프에 관한 이야기를 대신 일상에 관한 문자를
몇번 주고받자 그에게 연락이 끊겼다.
야이 시발로마ㅋㅋㅋㅋㅋㅋ
뭐가 이렇게 비싸..
그의 문자가 더 오지 않게된 후에도
우리는 연습장에서 꾸준히 만났고..
나 역시 오지않는 문자를 기다리기는 짜증나서
더 이상 개인연락은 하지 않았다.
골프 실기시험은
실기시험 직후에 바로 학점을 알려주기 때문에
나는 모든 골프수업을 A+로 확인했고
부모님이 사시는 본가로가서
방학을 보내야 했다.
짐을 모두 싼 뒤 집에가기 전날 저녁
나는 골프맨에게 문자를 했다.
덕분에 모든 골프수업을 A+를 받았고 고마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을 근사하게 쏘고 싶다고 했다.
꿈인가 생시인가 그에게 답장이 왔다.
그는 내가 어디있는지 궁금해했고
나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당신은 어디냐며..그곳으로 내가 간다고 했다.
그와 나는 처음으로 사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저녁시간이니 술먹고 꼬시려 했지만
알고보니 그는 술담배도 안하는 천상 골프맨이었다.
술담배를 포함하여 커피도 안마시던 그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남자였고
그 아이스크림은 물론 내가 쐈다 ㅋㅋㅋㅋ
내가 쏜 아이스크림을 춉춉 빨며
그가 아이스크림에 취하기를 바랬고
취한김에 나는 내 자취방을 구경하고 가라고 이야기 했다.
그의 당황스러운 얼굴이 눈에 스치는 순간
나는 억지로 그를 내 방으로 끌고들어왔고
그는 내일 내가 떠나는것을 알고는
더 당황스러워 했다.
당황스러워 하는 그에게
나는 내일 떠나니 오늘 밤을 잘 활용해 보기 바란다는
되도않는 말로 그를 낚으려 했지만
딱 보기에도 잘생긴 씹선비였던 그는
그날밤 내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았다.
야이 시발로마 ㅋㅋㅋㅋㅋㅋ
집에서 두시간 정도 이야기를 한 후
그는 내 집에서 나가면서 말했다.
"내일 집에 데려다 줄게요..그래도 되죠??"
하아...
이건 꿈인가??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신나서 콜~ 을 외친후에
나는 방방 뛰었고
그는 그걸보고 피식 웃으며 집으로 갔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에
그는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렇게 연락이 없는 그를 생각하며
나는 밤새 잠을 설쳤고
다음날도 점심때까지 그의 연락은 없었다.
그래...
한 학기동안의 좋은 추억이었다..개새키야..
하지만 나는 너를 보기위해
다음 학기때도 골프수업을 수강 할 것이며
너와 나의 불편한 만남이 계속될테니 두고보자...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게 전화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세차하고 오느라고 좀 늦었단다..
지금 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아오..
사람을 적당히 들어다놨다 해야지...
결국 그는 나를 집에 데려다 줬고
블루투스가 없던 그시절
그는 나와의 전화통화를 대비해
핸즈프리 이어폰을 사서 끼우고
돌아가는 1시간 반동안 우리는 통화를 했다.
나를 데려다 준 다음날..
그가 연락이 없다.
심지어 내가 전화와 문자를 해도 연락이 없다.
또 열심히 시발로마를 찾으며
다음 학기때 또 같은수업을 들으며
괴롭혀주겠다는 생각에 하루가 다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
모르는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골프맨이었다.
그는 핸드폰이 고장났다고 말했고
오늘 아침에 사러 왔으며
전화번호를 잃어버려서 나를 데러다 준 날의
통화기록을 뽑고 이제서야 전화하는거라고 했다.
이 골프맨 덕분에
연락이 안되는 남자는
난 그냥 죽은남자라고 생각을 한다.
연락을 하려고 하는놈은
별 수를 다 써서라도 연락을 하더라..
심지어 모든여자의 워너비인 남자도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던
그냥 집에 데려다 줬던 나를 위해서
그런식으로 방법을 찾아서 연락을 하더라..
쨋든..
그 이후 그와 나는 꾸준히 연락을 하면서 지냈고
본가에 온지 2주만에 그와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난 그에게 오늘 널 만나러 가면
난 오늘은 집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나는 2주동안 나에게 털끝하나 손대지 않았던
그 남자를 묶어놓고 떡치는 생각을
매일매일 했더랬다.
2주만에 만난 그는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듬직했으며
바뀐점이 있다면
본인에 대해서 주절주절 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골프맨은 그날밤
화려한 기술로 내 혼을 쏙 빼놨고
잘생긴 남자는 신음소리도 잘생겼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으며
여자와 자고나면 남자도 귀여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직까지의 미스테리는
그는 그간 만났던 여자 이야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늘 아무렇지 않게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고만 이야기를 해서
나는 그냥 지금도
내가 그의 첫여자라고 착각하며 살고있다 ㅋㅋㅋ
굳이 사귄다라는 말은 없었지만
그날부터 그와 나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그와 연애가 시작된 방학중에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만 그를 만날수가 있었다.
추가로 그가 내 본가가 있는 지역 근처 골프장에서
시합이 있거나 연습을 하기위해 올때는
2~3일 연속으로 만나기도 하는날이 간혹 있었다.
그는 우리집 주변에 괜찮은 연습장을 알아보고 결제를 해줬고
나는 그 덕분에 방학중에도 골프연습을 할 수 있었다.
3개월 동안의 주말부부같은 만남은 끝났고
개강을 하고 나는 다시 학교로 가게 되었다.
학기 중 골프맨과 나는
매일매일 잠깐이라도 만나서 밥을 먹었고
주말에는 골프연습장이나 헬스장
또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졸라 건전한것 같지만
그는 10대와 같은 성욕을 가진 남자였기에
어떤장소에서도 우리는 항상 음란했다 ㅋㅋㅋㅋ
(이것조차 타이거우즈를 닮았나??ㅋㅋ)
나는 그때도 여전히 뚱퍽오크였기에
그는 나에게 꾸꿀이라고 불렀다 ㅋㅋㅋ
개강을 하고 그의 학과와 우리학과에는
그와 내가 사귄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여전히 워너비 남자였던 그의 주위에는
여자들이 드글드글했다.
원래 그렇게 드글거리는 여자들을
신경쓰지 않는 골프맨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마음이 넓은 여자가 아니었기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희 식구와 우리식구를 뺀 모든 여자는 씨발년이야..알겠지??"
그는 배꼽을 잡고 뒹굴었지만 난 진지했다.
웃으면서 알겠다고 하는 그가 영 마음에 안들었지만
그의 성격을 알기에 한번 지켜보기로 했다.
그의 핸드폰에는
총 9명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는데
부모님, 누나, 친구들 그리고 나..
그 외에는 어떤 여자인 친구의 전화번호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나에 초~ 집중을 했던 남자였다.
잘생긴 그가 골프수업때
초보인 여자들을 지도해줄때는
정색을 빨며 알려주었지만
그 또한 여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고
나는 그런 그를 수업중에는
"내 남자가 아니려니~"했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주말에 그와 나는 그의 옷을 쇼핑하기 위해 만났다.
그런데 옷가게 점원이
그와 나를 아래위로 열심히 훑어보더니
골프맨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때마다
끼부리면서 그의 몸을 자꾸 쓰다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가만히 앉아서
저년의 머리채를 휘어잡을까
로우킥을 차서 옆가게로 날려버릴까
뒷목을 잡아채서 바닥에 메칠까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낭랑한 소리가 들렸다..
"야이..씨발년아.. 적당히 좀 만져라..기분나빠서 옷을 못사겠네.."
평소에는 욕한마디 하지 않던 씹선비 골프맨이
여자점원한테 시원하게 씨발년 사자후를 날리고는 말했다..
"꾸꿀아..나가자!!!!!"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는 밖으로 휘릭 나와버렸다.
아놔..이새키..
안사랑할수가 없네 ㅋㅋㅋㅋㅋㅋ
그와 나는 그렇게 옷가게를 나왔고
가게에서 나오는 순간 내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기절할 듯이 웃어제끼는 동안
골프맨은 화가난다는 듯이 씩씩 거리고 있었다.
나는 골프맨이 화난 이유를 몰랐기에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넌 왜 씩씩거리고 있냐고..
그랬더니 그의 말이 명답이다.
"옷을 사러왔는데...
꾸꿀이는 기분이 나빠보이고
좀 있으면 뭔가 한방 날릴것같은데..
내 잘못이 아닌 다른 사람 때문에
화난 꾸꿀이를 풀어줄 방법을 몰라서
그냥 그 여자한테 씨발년이라고 했어..
꾸꿀이가 가족을 뺀 모든 여자는 다 씨발년이라며.."
엄청 사랑스러운 대답을 꾸꿀이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할때
나는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웃어버렸고
저년의 머리채를 잡을까, 로우킥을 찰까,
아니면 바닥이랑 머리를 만나게 해줄까
고민이었다고 이야기 했다.
골프맨 역시 내 성질머리를 알기에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차에 타서는 기분이 좋아지려면 뭘 먹어야 하냐는 말에
나는 지금 너를 먹어 해치워야겠다고 말했고
그는 카섹을 할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야 했다 ㅋㅋㅋㅋㅋ
그 일이 있고 난 후에는
나는 그를 더욱 믿게 되었지만
그는 머리채와 로우킥 이야기를 들은 후였기에
내 눈치를 더 많이 보게되었다 ㅋㅋㅋ
그렇게 자주 만나며 추억을 쌓고있는 도중
나는 전공관련 국가고시을 보게 되었다
1년에 한번 있는 시험이었고
나는 이번 학기에 꼭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에게 나는 이제 연습장도 안가고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매일매일 도서관에서 12권이 넘는 책을 펴두고
공부하다가 자취방에 갈때쯤이면
새벽 3~4시정도 되었고
밖에 나오면 그는 차에서 잠들어있었다.
그렇게 새벽에 끝나는 나를
매일매일 자취방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공부하느라 예민해져있는 나에게
말도 함부로 걸지 않았다.
주말이 되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도서관 책상으로 와서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건네주고
그는 사라졌고
어김없이 집에 가려고 나올때 쯤이면
그의 차는 도서관 앞에 서 있었다.
어쩌다 한번 주말에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는말에
나는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도 대답을 바라지 않을 정도로 나는 예민해져 있었다.
핸드폰은 며칠동안 충전을 하지 않아서 전화기는 꺼지고
그는 어차피 도서관에 있는 나를 알아서 그랬는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운해 하거나 본인생각을 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또한 골프맨은 나에게 섹스를 조르지도 않았다.
그렇게 2달 동안의 치열한 시험공부를 마치고
시험보러 가는 날도
골프맨은 당연하듯이 나를 시험장소까지 데려다 주었고
나도 당연하듯이 그의 차를 타고 말없이 시험장소까지 갔다.
시험이 끝난 후..
긴 시간동안 밖에서 기다려준 골프맨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뒤뚱뒤뚱 뛰어가서 그를 안았다.
시험 끝나자 마자 평소의 나로 돌아온 것을 느낀
골프맨 또한 안심하는 듯했고
'꾸꿀이 왔어?' 라는 그의 한 마디에
두달동안 치열하게 힘들었던 순간이 보상받듯이
엉엉 울어버렸다.
그가 기다려주고 배려해주고 있는 순간에도
나 혼자 공부하는것에
너무 힘이 들고 외로움을 느꼈었나보다.
그나마 그가 곁에 있어서
이만큼 버틸 수 있었던건데 말이다.
잘생긴 골프맨의 외조는
합격결과가 나온 뒤에도 계속 되었으며
내가 얼마만큼 치열하게 공부했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합격을 축하해주는 모든이들에게
"두달 공부해서 붙는거 보면 신기하긴 해~"라는 한 마디로
나를 머리좋고 똑똑한 여자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 골프맨이기에
나 역시 잘 피우던 담배를...
끊은건....아니고 ㅋㅋㅋㅋ
골프맨은 만난지 1년이 넘는 기간동안
내가 흡연자라는 것을 모르고 사귀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취방 옥상에서
시원하게 한모금 빨고 집에 들어가려는데
골프맨이 집앞에 서 있었다.
아 시발..
ㅈ됐다!!!!
해맑게 웃는 그와 내가
내 자취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화장실로 직행해서 10분넘도록 양치를 했다.
뭐 담배냄새가 양치한번으로 없어질리가 있는가..
화장실에서 나왔더니
골프맨은 나를 불렀고..
내가 자꾸 뒷걸음질 치자
그는 뚜벅뚜벅 걸어와
나를 힘껏 안아줬다.
"괜찮아~"
그 한마디에 난 또 다시 미안해졌고..
그는 담배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나 역시 꾸준하게 담배를 피우면서도
그의 앞에서 담배를 피운적은 없었다.
항상 고마운 골프맨은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나라로 전지훈련을 갔고
그 사이에 우리는
한달에 한두번정도만 전화통화를 하며 지내기도 했다.
나는 물론 그 사이에 다른 남자들과 열심히 놀면서
골프맨을 기다리곤 했다.
역시 고마운 남자였다 ㅋㅋㅋㅋ
그와 내가 만나는 2년이 넘는 기간동안
그는 여러번의 프로시험과 자격증 시험을 보았다.
이새키 역시
머리는 좀 되는데 몸이 안따라주는지
자격증시험은 볼때마다 찰떡처럼 붙으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골프 프로시험은
주구장창 떨어졌다.
몇번의 낙방을 경험하며 그를 지켜본 결과
그는 멘탈이 아주 약한남자였다.
나는 내가 계획한 일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재빨리 차선책을 강구하여 일을 처리하는 편이지만
그는 본인이 계획한 일이 실패하게되면
그대로 주저앉아 멘탈을 회복하는데 까지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
프로시험말고도 일반적인 생활속에서도
그의 유리멘탈은 여지없이 드러났고
그 모습을 볼때마다
나는 그가 안쓰러운것이 아니라
매우 답답함을 느꼈더랬다.
돈걱정하지 않을만한 집안에
누나한명있는 막내아들로 자라나서
실패를 경험해도
"다음에 잘하자"가 아니라 "그거 안해도 된단다"
라는 분위기에서 자라온 그와
부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집안에
남동생하나 있는 장녀로 자라나서
실패를 경험할때마다
"이번엔 실패했으니 다음에도 실패하면 용서는 없다"
라는 분위기에서 자라온 나는
너무 달랐다.
나는 독한 성격과 멘탈을 가지고
약한소리를 하는 사람은 뒤로 제끼고
강한소리를 하는 사람은 밟아 제껴야
성질머리가 풀리는 탓에
내 지랄을 컨트롤 할 정도로 멘탈이 더 강하고
불같은 나를 잠재워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남자를
만나기를 희망했었다.
생긴건 기생오래비마냥 잘생겨서
멘탈이 흐느덜 거리는 그를 지켜보며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와서
점점 혼란스러워 졌다.
그가 다시 전지훈련을 가야하는 겨울이 왔고
그는 이번에는 나와 함께 필리핀을 가고 싶어했다.
뭐 물론 비용은 그가 준비하기로 ㅋㅋㅋㅋㅋ
3개월동안 그가 하루에 두번 라운딩을 도는 동안
나는 끽해봐야 연습장 또는 필드에 나가는 것이 전부인데
선진국도 아닌 필리핀으로 가는것이 싫었고
무엇보다
나는 겨울에 살이 잘빠져서 남자가 더 많이 꼬이는데
그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그와 함께 3개월이나 해외로 나가기에는
그 당시에 나는 너무 어렸다.
멘탈이 약해서 결혼을 할지도 안할지도 모르는 남자와
3개월동안 동거 아닌 동거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엄마아빠에게도
충분히 반대 할 만한 이유였고
결국 나는 그를 혼자 필리핀에 보내게 되었다.
전지훈련을 갔을때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만 전화를 하던 그였는데..
이번에는 이틀에 한번 꼴로 오는 국제전화가
부담스러워 질 때쯤...
그가 돌아오면 이별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집착한다는 것..
(이래서 못생긴여자한테 빠지면 답도 없는거다 ㅋㅋ)
- 단순히 레포트를 쓰다가도 잘 안풀리면 멘붕에 빠지는 것..
- 필드성적이 별로면 필터링 없이 그대로 화를 분출하는 것..
- 나를 너무 많이 먹이는 것..
이 외에는 절대 단점이 없는 남자였지만
그때 나에게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골프맨이 프로골퍼가 되지 않으면
비젼이 없어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데도
성적이 좋지 않은것은
재능이 없다는 것으로 보였었다.
3개월간의 전지훈련을 마치고
나는 같은학교 대학원에 진학을 했기에
골프맨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그가 한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고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와의 만남을
일주일이나 뒤로 미뤘다.
그가 한국에 도착 한 뒤 일주일이 지났고
우리는 만났다.
그는 여전히 맑고 잘생겼으며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섹시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그는 해맑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뭐 먹고싶어??"
그래서 나는 말했다.
"나 할말있어.."
그랬더니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안 들어도 알아..그러니까 밥먹으러 가자.."
그렇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평범하게 밥을 먹고
3개월 동안 서로 무슨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고
바람 좀 쐬자고 하며 드라이브도 하고
좋은곳에서 야경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손도 잡았다.
그렇게 하루동안의 마지막 데이트를 마치고
그는 내 자취방 앞으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미안해 하지말고..잘 지내.."
그의 말에
나는 눈물이 터졌고
그는 정신없이 우는 나를 한참이나 안아주다가
내 자취방으로 들어와
나를 침대에 눕혀주었고
그렇게 나는 울다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니
그는 울다 지친 나에게
배웅도 받지 못한채 그렇게 떠나갔다.
내 인생에 있어
그는 가장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였다.
비젼이 안보였던것만 빼면...
그리고 몇년 후
나는 필드엔 나가지 않으니
(라고 쓰고 못 나간다고 해석한다)
내 취미는 스크린골프가 되었고
여전히 즐겁게 골프를 즐기고 있던터라
집에서 가끔 골프채널을 즐겨보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전..
즐겨보던 골프채널에서
골프맨을 만났다.
그와 헤어지고 많은 남자를 만나왔지만
그가 생각날 때마다 꾸준히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기도 했었고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TV에서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는 다시 그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전자기계 및 인터넷에 무지한 그는
어떠한 SNS도 하지 않았으며
그는 여전히 카톡이 안되는
전화번호를 쓰고 있었다.
여전히 그였다.
나를 마지막까지
사랑받는 여자로 만들어준 그가
지금은 좋아하던 골프로
먹고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TV에 나온 그의 얼굴을
같이 TV를 보던 엄마도 놀라서 바라보았고
엄마는
"니 인생에 가장 잘생겼던 남자친구가
이제 TV에도 나온다..너 좀 아쉽겠다~"
라고 놀렸지만
나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도 몇군데 옮겨 다니면서
사회생활을 하는동안
그는 이제야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와 내가 그때 헤어지지 않았더라도
그 이후에 언제든지 헤어졌을 것이다.
나는 그를 못기다렸을 테니까...
스윙한번하고 모자를 고쳐쓰는 그 버릇도 여전하고..
글러브는 나이키만을 고집하는 것도 여전하고..
웃을 때 눈이 더 동그랗게 커지는 잘생긴 얼굴도 그대로였다.
10대같은 활활한 성욕과 실했던 꼬추도 그대로겠지??
그놈은 멋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멋있다.
돈 졸라 많은 이쁜여자한테 장가 가거라..
내 마지막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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